* 오하라 부인분께. 오하라 가는 대체로 평화로운 편이다. 웃음소리와 비명 소리 중 어느 것이 이 가정에 어울리느냐 묻는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전자일 것이다. 부지런하면서도 가정적인 남편, 세심하고 신중한 아내, 그리고 활력이 넘치는 어린 딸이라니. 그린 듯 아름다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가정이 아닌가.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늘 살갑게 안부를...
*오하라 부인분께. 미겔 오하라. 그러니까 지구-928의 미겔 오하라는 어떨지 몰라도, 지구-23의 미겔 오하라는 퍽 가정적인 남자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의 연구원이 되었고, 회사에서의 평판도 나쁘지 않고, 뉴욕 한복판에 가정을 꾸려 아내와 딸과 함께 단란한 생활을 하는, 조금 순진하고 바보 같은(순화된 표현.) 남자. 그것이 지구-23의 미겔 오...
*[운전면허] 이후 면허 따는 데 성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 세상에서 가장 핫한 자동차 분? 아니 로보, 아니 외계인? 아무튼." 호칭을 어째야 할까 긴가민가하니 전부 다 말해버리는 게 좋겠다. 오토봇 기지에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아부와 아첨을 하겠다는 결심을 숨기지도 않고 드러내는 말이 있었을까. '매끈한 차체에 요란스럽게 부릉거리는 엔진을 ...
한여름의 산왕공고 농구부 매니저분께. 매일 똑같은 수업, 매일 똑같은 점심시간을 지나서, 매일 똑같은 방과 후, 그리고 매일 똑같은 연습. 산왕공고 농구부의 하루하루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연습 경기의 상대 정도일까. 그리고 농구부 매니저의 업무 중 하나는 정규 훈련이 끝난 뒤 모두가 하교할 즈음 적당한 시간에 문을 잠그고 키를 매번 두던...
가장 푸르고 찬란했을 오늘 하루의 MVP에게. "준수, 니 오늘 슛감 좀 괘않나?" "평소랑 똑같아." 쌍용기 결승의 날이 밝았다. 앞선 경기가 끝나고 각자 몸을 데우는 시간. 농구화가 코트에 미끄러져 끼긱거리는 소리, 공이 그물에 철썩하고 경쾌하게 들어가는 소리, 공이 백보드에 맞고 튕겨 나오는 소리, 림을 잡고 놓을 때 투웅 하는 소리, 점프하고 착지할...
낭만 슈터의 첫 번째 팬에게.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들이 있다, 고들 하던가.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수가 보던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같기도 하고, 재유가 듣던 이름 모를 밴드 노래에서 나온 가사 같기도 하고.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그야 그럴 게 성준수는 농구 외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다시피 했으므로....
*별 연관은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노래니 들어보세요. 그 애는 알기 쉬운 녀석이지만 취향 면에선 은근히 깐깐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골목을 지나다 악기 상점에서 '야, 저거 네가 좋아하는 거다.' 하고 가리키면 금방 눈을 빛내면서 어디? 하며 두리번거리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건 기타가 아니라 베이스라고!' 하면서 엄청 성을 내지 않나.(지금은 좀 차...
원작 시점 이후의 동인 설정 다수+하우스메이트 설정 별 연관은 없는 노래 넥타이는 비효율적이다. 단정한 모습을 보여 신뢰감을 주면서 격식을 차렸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그 누가 그랬던가. 무더운 여름에는 숨통을 턱 막아 갑갑하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이리저리 휘날리는 것이 단정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뒤에 '재질: 실크'라고 적힌 택을 보면 ...
별로 연관은 없는 노래 도대체가 이 애랑은 취향이 안 맞는다. 주문 안 할 거냐고 보채는 말에 적당히 대답하고 자리에 앉은 정대만은 제 맞은편에 앉은 녀석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혼자 흥분해서는 오늘 본 영화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있는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배경음악 선정이 어땠고 음향이 저쨌고, 미장센인가 뭔가, 영상미가 어쨌는데...
신경이 쓰인다. 너무 신경이 쓰인다. 왜 아무도 안 신경쓰는 거지? 정대만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필사적으로 옆 자리로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반장. 회비 말인데 깜빡하고 안 가져와서, 다음주에 내도 될까?" "괜찮아." 괜찮긴 개뿔. 저 녀석은 아직 저번 달 회비도 안 냈다. "반장. 화학 수행평가 말인데, 반장이 쓴 보고서 참고해도 될까?" "그...
인터넷을 켜서 가장 먼저 나오는 페이지의 로고 두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북반구의 6월부터 8월까지, 절기상으로부터는 입하부터 입추까지, 마지막으로 천문학적 분류로는 하지부터 추분까지. 여하간 모든 기준을 통틀어 지금부터 완연한 여름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그림이었다. 때문인지 유달리 오래 떠 있는 햇살이 살짝 열린 창틈 새로 강렬하게 존재를 뽐내는 듯...
왜 이렇게 됐더라. 왜 이렇게 됐더라.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대본이라도 인쇄해 왔어야 했나? 당당하게 저기요! 하고 앞을 막아선 것까진 좋았는데. 자신만만하게 '환자 도둑!'이라고 쏘아붙이고는, 막상 눈이 마주치자 아미노산 정맥 영양 주사제마냥 새하얘졌다. 확실하게 알겠는 것은, 내가 꽤나 대책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과 머릿속으로 생각해뒀던 문장들...
야생의 그뭔씹 오타쿠입니다. 산하엽/Sanay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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